2022/09 4

9월의 우먼리더스

9월의 비표가 들꽃모자였던 시절이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멀미처럼 가파른 고샅길과 소문이 끊긴 집 안의 풍경, 언제부턴가 힘껏 깨워도 쇳소리만 낼뿐 물을 건네주지 않던 녹슨 펌프에 이르기까지 들녘으로 나가기 전의 마을 안은 고요가 비표가 되기도 하였지요. 그러나 너른골 광주의 풍경은 진취적이고 따듯합니다. 매달 만나는 반가움으로 에서의 9월 28일은 들썩이고 있었다. 관내 수해복구현장에서 또는 미래지향적인 탄소 중화 산업에 관한 교육 등등으로 우먼 리더스의 봉사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음을 토론하는 사이 8시 30분의 영업 종료를 알리는 업소의 안내로 우리는 주차장에서도 한참을 머물며 담소를 나눴다. 지방에서 워크숍 중인 전 시의회 의장의 빈자리를 아홉 명의 회원들이 사랑과 열정으로 채우던 9월의 밤..

그룹명/사랑방 2022.09.29

환절기

환절기/ 김영미 일교차가 다녀간 새벽 저 흰 무리들은 불면의 자객이었을까 창과 밖의 거리는 지워지고 구름 위 하늘만 푸르다 몇 개의 아파트와 건너편 숲이 흰 통증 속에서 벗어나고 무겁게 멈춰있던 은행나무 잎들이 노란 전설을 찾지 못한 채 하나씩의 가로등을 풀어 주고 있다 순간 내가 신선인 듯 몽환의 길에 든다 불면으로 휘청이던 새벽 구름 속 37층은 공중부양 중이다 어둠은 그늘조차 파종할 수 없는 것 달빛에 감긴 간밤 꿈이 계절을 염탐한 안개와 함께 가로등 안으로 사라진다 더 깊은 곳으로의 은신과 묵정의 날들을 견디는 동안 1층에서 37층을 오르던 세월의 간극도 사라졌다 안개 속에서 여름날의 단서를 찾는 동안 태양은 때늦은 나의 독백을 공중으로 밀어내고 창밖 풍경을 말끔히 펼쳐놓는다 태양의 울타리 안에서..

시작노트 2022.09.22

옹이가 있던 자리 / 이윤훈

옹이가 있던 자리 / 이윤훈 울타리 한켠 낡은 잿빛 나무판자에서 옹이 하나 아무도 모르게 빠져나가고 아이가 물끄러미 밖을 내다본다 그 구멍에서 파꽃이 피었다 지고 분꽃이 열렸다 닫힌다 쪼그리고 앉아 늙은 땜쟁이가 때워도 새는 양은냄비 솥단지를 손질하고 겨울의 궤도에 든 뻥티기가 등이 시린 이들 사이로 행성처럼 돈다 꿈이 부풀기를 기다리며 코로 쭉 숨을 들이키는 이들 홀쭉한 자신의 위장을 닮은 자루를 들고 서 있다 이승의 끝모서리에 이를 때마다 나는 아이의 그 크고 슬픈 눈과 마주친다 나는 아픈 기억이 빠져나간 그 구멍으로 저켠 길이 굽어드는 곳까지 내다본다 누가 잠자리에 들 듯 목관에 들어가 눕는다 뚜껑이 닫히고 어둠이 쿵 쿵 못질하는 소리 문득 옹이 하나 내 가슴에서 빠져나가고 세상 한 곳이 환히 보인..

8월의 우먼리더스!

구름은 은유가 되지 못한 메마른 날들의 서정시겠지요.. 장마를 딛고 새벽을 건너온 9월은 말끔하게 지워진 칠판 속 사연 같은 한가위가 있는 달입니다. 건강하게 가슴속 보름달을 부풀리며 곧 찾아올 추석명절을 행복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광주시 우먼리더스의 8월에는 경기 광주시 문화재단에서 문화사업으로 시행된 '찾아가는 영화관' 와 함께 2022년 8월 31일 수요일 남한산성에 위치한 에서 담소를 나눴습니다. 가야금연주와 민요공연에 이은 영화관람으로 8월을 향기롭게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장마로 곳곳에 수해의 흔적이 남아있었지만, 그동안 광주시청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아름다운 경관은 빛을 잃지 않았고 두분의 빈자리가 아쉬웠지만, 소미순지도자님과 금미영지도자님의 차량봉사로 편안하고 즐거운 우먼리더스의 회합을..

그룹명/사랑방 2022.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