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김영미 일교차가 다녀간 새벽 저 흰 무리들은 불면의 자객이었을까 창과 밖의 거리는 지워지고 구름 위 하늘만 푸르다 몇 개의 아파트와 건너편 숲이 흰 통증 속에서 벗어나고 무겁게 멈춰있던 은행나무 잎들이 노란 전설을 찾지 못한 채 하나씩의 가로등을 풀어 주고 있다 순간 내가 신선인 듯 몽환의 길에 든다 불면으로 휘청이던 새벽 구름 속 37층은 공중부양 중이다 어둠은 그늘조차 파종할 수 없는 것 달빛에 감긴 간밤 꿈이 계절을 염탐한 안개와 함께 가로등 안으로 사라진다 더 깊은 곳으로의 은신과 묵정의 날들을 견디는 동안 1층에서 37층을 오르던 세월의 간극도 사라졌다 안개 속에서 여름날의 단서를 찾는 동안 태양은 때늦은 나의 독백을 공중으로 밀어내고 창밖 풍경을 말끔히 펼쳐놓는다 태양의 울타리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