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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담쟁이 / 도 종 환

언어의 조각사 2006. 11. 16. 18:10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출처 : 시를 훔치는 밤
글쓴이 : 박해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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