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김 영 미
날개 잃은 가슴으로 강가에 앉았다
강은 고요하고 마음만 분분하다
바람도 잠재울 듯 명상에 잠긴 강에
심통난 돌을 던졌다
돌은 나를 안고 물속에 잠기고
잠잠하던 물결은 잠시 출렁일 뿐
속울음 아랑곳 않고 다시 평온하다
덤불을 털고 날아오르는 새들이 마음을 흩어놓는다
세월 지나면 모진마음도
굳은 딱지 밀어내고 돋는 새살처럼 수수해질까
물결에 깎여 둥그런 저 돌처럼 단단해져 있을까
현실과 이상의 틈에 걸린 피란처는 도피가 아니다
새가 요새인양 숨어든 곳이 바람에 흩어지는 덤불이었듯
내일을 도둑맞은 포만으로 둥지 튼 오늘,
나태의 켜를 더해가는 저 벽을 넘어야한다
벽은 넘기위해 존재하는
부상을 향한 지지대일 뿐
접어둔 꿈의 날개 펼쳐야 할 때다
어느덧 모진마음은
물속 소용돌이와 함께 면벽수행에 든다.
07.0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