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랑방

입영소에 남겨두고

언어의 조각사 2009. 7. 29. 08:19

102보충대 입영소에

꽃들이 만발하다

 

가로막힌 철망

월담한 나팔꽃이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해 촉수를 뻗는다

 

아들을 남겨두고

돌아서는 등 뒤에선

매미가 목 놓아 운다

 

염천 혓바닥을 늘어뜨린 춘천호도

시린 가슴 어쩌지 못해

뒤를 보며

뒤를 보며 지척지척 밀려간다

 

선그라스에 맺힌 눈물을 훔쳐보던 

강물 얼굴에도

물비늘이 반짝인다

 

먹구름을 안고

하늘이 낮게 내려와 모로 눕는다

소나기가 한바탕 쏟아질 듯

 

 

 

머리 깍기만은 좀더 시간을 늦추고 싶어하는 아들의 맘을 알고 있던터라

춘천으로가서 입영소 근처에 있는 미용실을 들어갔다.

미용사는 금방 해드릴께요~ 하며 담담하게 다가선다.

아들의 긴 머리카락이 바닥으로 후드득 떨어지고 있었다.

저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상념에 젖은 날 향해 까까머리 아들이 씨익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한쪽 귀에 걸린 귀고리가 도드라져 보인다.

남부지방엔 많은 비가 내린다는데,

이곳은 먹구름만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아들이 냉면이 먹고싶다기에 평양냉면을 시켰는데 너무 맛이 없었다.

남편은 맛을 보더니 손도 안대고 아침을 거른 나도 몇 젓가락 입에넣다 말았다.

먹성 좋은 아들조차 반만 먹다 남기며 하는 말이

 "엄마 난 나중에 돈을 벌게되면 아침엔 짜장면, 점심엔 냉면. 저녁에 불고기를 먹고 살겠다고

어릴적부터 생각하며 살아 왔는데, 이 냉면은 아니네요." 한다.

입영소에 도착했다.

입대 장병보다 가족과 친지들이 더 많이 온지라 입영식장은 북적대고 있었다.

행사 중 부모님과 친지들에게 큰절을 하고픈 장병은 앞으로 나오라는 말에 아들이 뛰어 나갔다.

옆에 있던 중년의 여인이 훌쩍이기 시작했다.

나도 참고 있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헤어질 시간이 되자 

"엄마 잘 쉬었다 갈테니 걱정하지 마세요."하며 아들이 날 꼬옥 안아주었다.

난 다시한번 안아주며 건강하게 잘 지내다 오렴!했다.

남편이 뒤돌아서며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아들이 제 아빠도 꼬옥 안아주었다.

폭염으로 푹푹찌는 날씨임에도 가슴 한켠이 서늘했다.

 

2009.07.28

*********************************************************************

 

위에 있는 글은 돌아오는 차안에서 핸폰 메모장에 내 심정을 적었던 글을

심란하여 당일엔 옮기질 못하고 있다가 오늘에야 적어 본다.

무사히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날을 기다려 본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이라 군생활도 잘 적응하리라 믿는다.

가람아 사랑한다.

 

09.07.29

'그룹명 > 사랑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인이 권력앞에 흔들린다면...(모윤숙)  (0) 2010.10.22
사복이 돌아오던 날  (0) 2009.08.01
비는  (0) 2009.07.19
매일 거울속의 나를 바라보라.   (0) 2009.06.16
박재희 (KBS방송청취 후)  (0) 2009.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