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좋은 글 훔쳐보기

어머니의 편지 / 문정희

언어의 조각사 2007. 6. 12. 13:42
 

딸아, 나에게 세상은 바다였었다.

그 어떤 슬픔도

남 모르는 그리움도

세상의 바다에 씻기우고 나면

매끄럽고 단단한 돌이 되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그 돌로 반지를 만들어 끼었다.

외로울 때마다 이마를 짚으며

까아만 반지를 반짝이며 살았다.

알았느냐, 딸아


이제 나 멀리 가 있으마.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딸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뜨겁게 살다 오너라.

생명은 참으로 눈부신 것.

너를 잉태하기 위해

내가 어떻게 했던가를 잘 알리라.

마음에 타는 불, 몸에 타는 불


모두 태우거라

무엇을 주저하고 아까워하리

딸아, 네 목숨은 네 것이로다.

행여, 땅속의 나를 위해서라도

잠시라도 목젖을 떨며 울지 말아라

다만, 언 땅에서 푸른 잎 돋거든

거기 내 사랑이 푸르게 살아 있는 신호로 알아라

딸아, 하늘 아래 오직 하나뿐인

귀한 내 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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