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좋은 글 훔쳐보기

부치지 않은 편지 / 정호승

언어의 조각사 2007. 6. 12. 13:41
 

부치지 않은 편지 / 정호승




그대 죽어 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푸른 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은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

언 땅에 그대 묻고 돌아오던 날

산도 강도 뒤따라와 피울음 울었으나

그대 별의 넋이 되지 않아도 좋다.

잎새에 이는 바람이 길을 멈추고

새벽이슬에 새벽하늘이 다 젖었다.

우리들 인생도 찬비에 젖고

떠오르던 붉은 해도 다시 지나니

밤마다 인생을 미워하고 잠이 들었다.

그대 굳이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그룹명 > 좋은 글 훔쳐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빈집-기형도  (0) 2007.06.12
어머니의 편지 / 문정희  (0) 2007.06.12
마음의 사막/ 정호승  (0) 2007.06.12
그리운 꽃편지 .7 / 김용택  (0) 2007.06.12
그리움에게/ 곽재구  (0) 2007.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