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안의 바다는 너만큼 출렁일 수 있을까 노가리 앞에서/ 김영미 노가리에서 염전 바닥을 스치던 바람 냄새가 난다 달빛을 등지고 들어서는 지아비 몸에서 맡던 그 냄새다 탄력 있던 육체는 욕망과 생존의 습기마저 포획당한 채 가지런히 접시에 누워 참선 중이다 구멍 난 삶으로 오염된 상처를 닦아내듯 애증으로 차오르는 가슴에 소주를 부어 넣는다 채우지 못한 내 안의 갈증으로 열기 오른 입술이 접시를 훑는 사이 몸통에 달라붙어 있던 지느러미가 날개를 펼친다 거세당한 꿈으로 가슴은 염전이 되는 동안 어린 명태들이 술잔을 튀어 오르며 파도를 가른다 짠 내와 갯내도 일렁인다 삼킬 수 없는 바닷물처럼 입전만 맴도는 파도 소리 때문에 난 결국 노가리를 씹지 못했고 마른 몸통을 툭툭 분지르는 손끝을 바라보며 깡술을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