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김영미
어쩌면 저 안개는
환절기가 새겨놓은 거대한 판화일지도 몰라
지난밤 은행잎이 노란 형체에 발버둥 치는 동안
가로등 아래로 군중의 함성이 들리고
배달 중인 우유 엎지르며 쭐렁 안개의 내부를 흐르던
방금 날아오른 새 한 마리는
쉽게 잠들지 못한 불면의 후예일까
한동안 두꺼운 판화를 쪼아대던 불면은
이 시대의 조각가가 될 것이다
‘지구를 살리자’를 걸친 쓰레기통 옆에서
팝콘 몇 알로 긴 밤을 버틴 산짐승도
다시는 지난 계절의 삭정이 위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오존층의 보호막이 사라지면
태양은 지구에 위험한 존재라고
바람의 절벽을 할퀸 듯
부윰한 판화를 깨트리며
새 한 마리
햇빛의 볍씨 한 알 물고 날아오른다
[作詩 메모]
지난 가을에 곰실거리는 햇살들의 소환장을 받고서 은행나무 길을 걸었습니다.
걸음을 뗄 때마다 잠행하는 듯한 고흐의 캔버스는 몇 번의 붓 칠로 감성을 터트리는 걸까….
내 실핏줄들은 아우성치며 나무의 떨켜에 가닿았습니다.
봄가을이 되면 애써 가꾼 숲이 산불로 인해 소실되곤 하였지요.
올봄의 산불은 그 위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라 그로 인한 인명과 재산 손실이 너무나 커서
대한민국이 온통 가슴 아파하고 있습니다.
매화가 피고 벚꽃이 부풀었다는 봄소식이 무색해지는 3월.
하루 빨리 복구되길 기도하며 유가족과 피해 주민들께 위로를 전합니다.
소생하는 봄기운으로 힘내시라 두 손을 모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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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57회] 환절기
환절기어쩌면 저 안개는환절기가 새겨놓은 거대한 판화일지도 몰라지난밤 은행잎이 노란 형체에 발버둥 치는 동안 가로등 아래로 군중의 함성이 들리고배달 중인 우유 엎지르며 쭐렁 안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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