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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와 거울

언어의 조각사 2017. 8. 22. 14:55

라디오와 거울

 

어느 소설을 읽다가, 거기에 등장하는 '라디오와 거울'이라는 단어에

가슴이 뭉클해지며,

그 두 단어가 주는 그리움과 기분의 환기에

시절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버지가 호마이카 라디오를 사오셨을 때,

온 식구는 신비로운 소리에 옹기종기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빨간 가죽에 싸인 트랜지스터가 등장하자

그 작은 물건은 장난감처럼 흥미를 끌었습니다.

오로지 소리로만 상상하게 만드는 것, 라디오의 매력입니다.

 

하얀 무늬를 오려붙인 금 간 거울에

요리조리 자신을 비춰보던 습은

어머니도 여자였음을 일러주었습니다.

 

"라디오도 거울도,

타인과의 관계를 연결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다"

작가는 말하지요.

그는 또,

"거울이 통로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보아주는 타인이란 존재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나와 나와의 관계망에 끼어드는 물건 같기도 합니다.

나를 비춰보며 나를 들여다보는 그런 것이지요, 거울은.


                                      - 최연수 시인       

                                                                             사색의 향기메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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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를 오려붙인 금 간 거울'과 어머니…….

이 시대의 어머니를 대변하는 마지막 언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 물질만능시대에선 이해할 수 없는,

그래서

기억의 빗장이 헐거워지고 주름지고 왜소해진 우리네 어머니들을

더 늦기 전에 여인으로 만들어 주고 싶은 자식들은 초조하고 안타까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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