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김영미
오월 가슴에 링거를 꽂아
발자국마다 하얀 공상들을 수혈합니다
낙서처럼 흘린 몇 줌 햇살로도
천사들 버선이 봉긋봉긋 부푸는,
아부지 무등에서 뛰놀던 도랑물 소리
바람을 간질이던 찌륵새 소리가
아카시아 건반 사이
꽃밥을 퍼주며 서정시를 읊습니다
가슴으로 난 길 하나 열어봅니다
모든 작별은
새들이 떠난 공중의 길과 같아
추억을 입고서야 향기로 남습니다
바람결에 묻은 꿈이 하얗게 부서져
푸른 돛을 답니다
그 길에서 빛을 잃지 않은 씨알 하나
가슴에
품
습
니
다.
2017.5월 20
자연문학, 착각의시학17가을
---집 주변을 에워싼 아카시아
그 향기와 함께하지 못하고 병상에서 생을 마친 아버지,
유월을 향한 그 길목에 서서 당신을 그려봅니다.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