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아카시아

언어의 조각사 2017. 5. 23. 11:26

아카시아

                         김영미

 

 

오월 가슴에 링거를 꽂아

발자국마다 하얀 공상들을 수혈합니다

낙서처럼 흘린 몇 줌 햇살로도

천사들 버선이 봉긋봉긋 부푸는,

 

아부지 무등에서 뛰놀던 도랑물 소리

바람을 간질이던 찌륵새 소리가

아카시아 건반 사이

꽃밥을 퍼주며 서정시를 읊습니다


가슴으로 난 길 하나 열어봅니다

모든 작별은

새들이 떠난 공중의 길과 같아

추억을 입고서야 향기로 남습니다


바람결에 묻은 꿈이 하얗게 부서져

푸른 돛을 답니다

그 길에서 빛을 잃지 않은 씨알 하나

가슴에

다.


2017.5월 20


자연문학, 착각의시학17가을

---집 주변을 에워싼 아카시아

그 향기와 함께하지 못하고 병상에서 생을 마친 아버지,

유월을 향한 그 길목에 서서 당신을 그려봅니다.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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