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나무야 나무야 뭐하니

언어의 조각사 2016. 12. 6. 08:58

나무야 나무야 뭐 하니/ 김영미



지난날의 아픔과 아름다운 날들을 함께 동여매듯

겨울 추위가 내게 감긴다

찬바람은 살아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짜릿한 통증이다

다시 피워야할 꽃눈을 위해

숙명처럼 견디는 나무의 긴 여정엔

나비가 건넌 개울의 여울목과

라싸의 별을 쫒던 언덕도 있을 게다

모진 풍파 사막의 날들도

견디고 지나면 

봄날은 오고야 말리니,

아파하거나 울지 마라

네 슬픔을 위하여 나목이 흐위잉

찬바람 벼리고

네 영혼 시듦이 안타까워

가뭄과 땡볕을 온몸으로 견디나니

이상을 펼쳐놓고 또다시 꿈꾸어라

봄날의 나무가 낙엽을 염려 않고 새움 틔우고

꽃잎 진다고 서럽지 않아 열매는 살찌듯

오늘 이 시간을 견고히 채우며

내일을 향해 나아가라

꿈을 품고 있는 한

봄날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18.09 모던포엠

2016.12.5

나무에게 말을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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