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야 나무야 뭐 하니/ 김영미
지난날의 아픔과 아름다운 날들을 함께 동여매듯
겨울 추위가 내게 감긴다
찬바람은 살아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짜릿한 통증이다
다시 피워야할 꽃눈을 위해
숙명처럼 견디는 나무의 긴 여정엔
나비가 건넌 개울의 여울목과
라싸의 별을 쫒던 언덕도 있을 게다
모진 풍파 사막의 날들도
견디고 지나면
봄날은 오고야 말리니,
아파하거나 울지 마라
네 슬픔을 위하여 나목이 흐위잉
찬바람 벼리고
네 영혼 시듦이 안타까워
가뭄과 땡볕을 온몸으로 견디나니
이상을 펼쳐놓고 또다시 꿈꾸어라
봄날의 나무가 낙엽을 염려 않고 새움 틔우고
꽃잎 진다고 서럽지 않아 열매는 살찌듯
오늘 이 시간을 견고히 채우며
내일을 향해 나아가라
꿈을 품고 있는 한
봄날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18.09 모던포엠
2016.12.5
나무에게 말을 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