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도 연가
김영미
구름의 출입로가 건조하던 날
지붕을 달구던 태양을 따돌리며
당목항에 닿았다
바다를 좌판처럼 펼쳐 놓고
벽을 쌓지 않는 섬에 이르면
날선 생의 궤변조차 순해진다
가슴에 갇힌 물의 매듭이 풀리고
밥줄에 얽힌 모난 마음도
둥글둥글 다솜이 영근다
모든 경계를 허무는 일은
자신을 비우며 스며드는 거라며
입 안 가득 파도를 품어 뱉는
용출해변 이빨사이 몽돌소리 정겹다
금곡 해변에 남겨놓은 발자국
아직도 깔깔대며 파도를 마중하고
밤하늘 별보며 나누던 이야기
지금도 반짝반짝 생의 길을 연다
삶이 무겁고 건조할 땐 생일도에서
벽을 허무는 파도와 노닐며
가슴 가득히 섬을 채운다
16.07.30
용출리 해변 몽돌소리를 듣고...
광주문학.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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