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문창호지
김 영 미
돌계집 10년 세월
대를 잇지 못한 송구함으로
까맣게 사그라들던 가슴 속
염원의 불꽃일어
작은 몸 조각내
여섯 남매 기르신 커다란 당신
묏채같은 멍에를 가슴에 달고
살얼음판 시집살이
순종의 꽃 피워 기도하며 사시더니
돌계집 탈피하여
사늑하던 모정의 길 열리니
층층이 내려앉은 가년스런 살림에도
여섯 남매 웃음소리는 보석보다 빛났다
뚫린 구멍새로 호령하던 황소바람
문지방 넘나드는
곰살궂은 천진함에 슬금슬금 도망가고
뚫어진 창호지 바르고 덧바르던 어머니는
손주가 만든 문 창구멍 바라보며
햇살 같은 미소로 매만지신다
마냥 크게만 보이던 당신은
조그만 노인이 되었지만
어머니의 작은 우주 속에선
해와 달이 뜨고 별이 총총 피어납니다
*** 예전엔 최고의 악담이 "평생 문 창호지 한번만 바르고 살어라."라 한다.
평생을 자식 없이 살라는 저주의 말이었다.
나의 어머니는 결혼 10년 만에 나를 낳으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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