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전령에게
김 영 미
그대에게 쓰는 눈물빛 편지는
창 밖 눈처럼 쌓여만 가는데
하늘 메아리로 돌아 올 줄 알기에
흔적 없이 가슴으로 녹아듭니다
달빛아래 흐드러진 사과 꽃 밟으며
봄은 또 하나의 하늘을 여는데
아버지 등에 핀 소금꽃처럼
가슴 속 봄은 아릿한 현기증입니다
독한 그리움이 멍울진
갈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처럼
그대 거푸집만 끌어안은 난
빈 들녘을 지키는 허수아비입니다
빛바랜 일기장 갈피갈피엔
비늘선 추억이 미소 짓지만
그리움에 여윈 빈 가슴은
황량한 바람만 술렁대고 있습니다
그대는 머물 수 없는 바람입니다
2003.01.24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 파 (0) | 2007.02.27 |
---|---|
이방인의 거리에서 (0) | 2007.02.27 |
벽 (0) | 2007.02.14 |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0) | 2007.02.06 |
옥수수대 (0) | 2007.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