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핸드폰이 전하는 벨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 전화를 받았다.
급한 일이 아니면 밤 9시 이후에는 전화를 하지 않고
본인 휴대전화기도 매너모드로 설정해서 가족을 배려하는 요조숙녀인 딸이다.
늦은 시간의 전화라서 화급한 일이 있나 해서 얼른 받아보니,
올 3월에 세 번째 생일맞은 손녀 다인이가 "할머니 깜짝 놀랬죠?" 하면서
깔깔깔 웃으며 재미있어 했다.
"박다인 너, 어떻게 전화를..."하며 놀라워 했지만
이렇게 반가운 천사의 소리가 있을까….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할머니 우리 집에 왜 안 오셔요? 낼 우리 집에 놀러 와요" 했다.
얼마 전에는 할아버지랑 통화하면서 "할아버지 보고 싶어요" 해서
할아버지를 심쿵하게 만들던 외손녀다.
핏줄이 통한다는 건 관혼상제의 경직된 형식을 허무는 따듯함이 있다.
어려운 시절의 두레상에서 건네던 따듯한 숭늉 같은 세월 속에서
관습의 안부를 확인하는 사랑의 증표가 핏줄이 아니던가...
퇴근 후 손녀를 만나러 갔다.
늘 반겨주며 나의 방문을 좋아하며 할머니랑 놀아주는 손녀 덕분에 행복하다.
"손주가 할머니 할아버지 좋다고 반겨 줄 때 맘껏 즐겨라."
“좀 더 크면 할머니 할아버지는 안중에 없고 즈그들만 바쁘더라”며
자랑스레 손녀 이야기를 하는 나에게 나이 지긋한 문사께서 해주는 조언이었다.
책도 읽고 장난감 놀이를 하고 퍼즐 놀이를 하다가
갑자기 자기 지갑이라면서 지갑에서 1,000원짜리 한 장을 꺼내주면서
"할머니 이거로 까까 사먹어요." 한다
그리곤 또 한 장을 꺼내서 "이건 할아버지 드려요.
이거로 할아버지 까까 사먹으라 하셔요" 한다.
손녀는 늘 어른들에게 존댓말을 하고 인사성도 밝다.
내가 출근하느라 잠자는 손녀 모르게 일찍 나왔더니, 잠자고 일어나 나를 찾더라며
딸이 할머니 출근하셨다고 했더니,
인사 하려고 했는데, 인사 안 받고 갔다고 서운해했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그다음 번에 딸네 집에서 출근할 때는 내가 일어난 기척을 듣고는 일찍 일어나서
내 신발을 신기 좋게 현관에 놓아주곤 "할머니 안녕히 가세요" 하면서 배꼽 인사를 하던 손녀다.
딸과 사위의 따듯한 가정교육이
총명한 손녀의 따듯한 마음으로 전해져 온종일 행복한 하루다.
'그룹명 > 사랑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주시 우먼리더스 청주나들이 (2) | 2024.11.16 |
---|---|
한강작가의 노벨문학상 (2) | 2024.10.25 |
시화전&시낭송 (0) | 2024.05.28 |
오월의 바람 (0) | 2024.05.13 |
화담숲에 생일을 적는다 (0) | 2024.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