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선 오월의 바람이
내게로 와 붉은 꽃을 피웁니다
단심을 밝히는
저 연등 행렬에는
우리들의 열망과 사랑도 깃들어 있겠지요.
먼 여행길을 비추며 빛을 발하는 연등 아래
수국은 망각의 부싯돌을 튕기며
두 손을 모읍니다.
어제는 김은실시인과 매호유지님과 함께
안성추모공원에 계신 박경원선생님을 뵙고 왔다.
4월 15일은 스승의 날이자 선생님의 생신인 석가탄신일이라
서로의 일정을 조율해서 미리 선생님을 뵙기로 하고
안성터미널에서 만나 매호유지님 차량으로 이동했다.
부재중인 꽃집 사장을 대신해서 김은실시인이 직접 만든 꽃을
선생님 가슴에 감사의 마음으로 달아드리고 추모하면서 공원을 거닐었다.
차령산맥이 감싸 안은 <안성추모공원> 은
생전의 선생님 정서를 닮은 저수와 너른 들녘을 펼쳐 보여주고 있어
이곳에 선생님을 모시게 되었음을 위안하며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달랬다.
안성의 들녘을 닮은 식당에서 산채정식으로 포만감을 누린 후
저수지가 바라보이는 커피숍에서의 정담으로
박경원선생님을 향한 그리움을 나눴다.
안성출신 시인인 매호유지님의 자상한 설명과 안내를 받으며
석남사를 거처 베티성지에도 들릴 수 있어서 즐거웠고
함께하는 문인이라서 그냥 그대로 편하고 좋았다.
고인이신 박경원선생님과 우리는 같은 해에 태어나 공통의 화재가 많아선지
오랜만의 만남도 즐겁고 가슴이 따듯해진다.
석가탄신일에 세상의 빛을 보고 지상에 머물다 가신
박경원시인은
시로 세상을 정화하라,는 자비의 화신으로 오셨을 것이다.
군중 속으로 시심을 밝힌 선생님의 올곧은 시 세계가
연등행열로 이어진 거대한 연꽃으로 빛나길 기도한다.
두 명의 시인을 친구로 맺어주고 가신 선생님,
그리움을 담아
사랑의 편지를 하늘로 띄웁니다.
그곳에서는
영생복락을 누리소서...(!)
여행보다 더 먼 낯설음도 풍토병도 없다.
어쩌면 여행의 끝에 자신보다 먼저 와 있는 귀소본능이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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