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시인의 참 시詩 방앗간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2회] 밤하늘은 깨진 파일처럼 흐르고

언어의 조각사 2024. 2. 15. 16:30
[골프타임즈 김영미 시인]
 
오래전 팔레트엔 블루 & 그레이를 섞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별들의 회의주의와 별들의 희망 주의를 낡은 화실에서 광기어린 넋두리 한 편에 담아 별들을 초대했던, 그 사나이는 과연 어느 별에서 왔던 첩자일까요.

오늘도 나는 밤하늘을 바라봅니다. 별이 되지 못한 별들의 공간으로 내몰린다거나, 삶의 무게가 버거워 회의주의에 빠질 때마다 난시의 그리움을 포기한 하늘에는 늘 고흐가 있었습니다.

누구나 별이 되거나 꽃이 되기를 원합니다.
별은 밤하늘이 있기에 빛을 발할 수 있고 꽃은 튼실한 뿌리와 강한 줄기 그리고 꽃받침의 조력이 있었기에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었겠지요.

나만이 빛나려고 모두가 별이 되거나 꽃이 되려고 한다면, 그 단체나 사회는 광활한 우주의 먼지로 전락하거나 거대한 숲으로 발전할 수가 없겠지요.
2월은 꽃샘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 달이라 ‘시샘 달’이라 불리지만 음력으로는 한 해의 시작이 되고 계절적으로는 겨울을 견디고, 봄을 맞이하는 달이라 관점에 따라서는 ‘시샘’이 되거나  ‘희망의 빛’이기도 합니다.

역경 속에서 피워낸 고흐의 예술혼이 빛나는 걸작으로 나에게는 희망 주의로 각인되었듯 우리가 적재적소에서 맡은 소임을 성실하게 수행한다면, 아름다운 사회, 열린 국가의 주역으로 빛날 수 있겠지요.

여러분에게도 2월은 ‘희망의 빛’이 되길 바랍니다.

 

 

밤하늘은 깨진 파일이다

 

밤 하늘은 난감하다
별이 닫히고
누군가의 은전이
불행을 지불할 능력이 없을 때
밤하늘을 바라본다
지난 저녁
노새를 끌고 왔던 그 사내도
어느 도시의 소문을
끝내 마구간에 매어놓지 못했다
어차피 밤하늘은
사치스런 여인의 계단 벽에서도
그림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풀들이 제빛을 잃을 때마다
별들이 가까워지는 이유를 알 때까지
베니스의 상인들과 거래를 할 수 없었다
나는 운명을 믿지 않는다
밤하늘도 거들떠보려 하지 않았다
상인이 되지 못한 죄책감
나는 고흐다
아직 한 번도 가난 속에다
밤하늘을 완성하지 못한 미지의 영혼이다
한낮이 끝나기를 오후의 끝까지 헤매기도 하는
밤 하늘의 불청객이다

 

시인 김영미
2003년 문예사조 시로 등단하여, 한국문인협회 경기 광주지회 9대 지부 회장을 역임, 시와수상문학 감사로 문학 저변을 위해 적극 활동 중이다. 시집으로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버린다’ 착각의시학 제1회 시끌리오 문학상, 시와수상문학 문학상, 순암 문학상을 받았다.

김영미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골프타임즈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