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민다는 것/ 김영미
구름의 사연 하늘 끝에 걸어놓고
꽃들이 등 돌리는 계절,
포구 가득 스며든 권태와 졸음들이
여름날의 함성 잠근 바다를 건너와
비릿하게 접시에 눕는다
그 가녘으로 낮게 흐르던 파도는
빈 술병에서 추억을 앓고
화려한 수사들이 날개 접은 겨울 바다는
마른 꽃잎에 닿는 바람처럼 스산하다
과거는 선과 악이 존재하지 않아
흑백으로 여과되면 풍경이 된다
펄떡펄떡 날뛰던 열정의 날들을
초장에 찍어 삼킨다
짜르르 퍼지는 알콜이
목젖에 걸린 하루의 위로가 되는 날
꽃 진 자리 적시는 부서진 구름과
씨알 불리며 하얗게 부서지는
저 웃음들은
어쩌면 아픔일지 모를 일이다
세상 저쪽 삶의 파고를 안고
모래 속으로 스며들던 바닷물처럼
하루 치 성과급에 현기증 나는 가슴속
식어가는 태양을 꺼내 성냥을 긋는다
2020.11.20
마른 꽃잎에 바람이 스친다.
스며드는 것.
어쩌면 나도
해변을 적시는 바닷물처럼
내 마음도 누군가에게 스며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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