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봉화

언어의 조각사 2021. 8. 30. 15:51

봉화 / 김영미

 

밤하늘 별빛을 들이키며 어둠의 귀퉁이를 갉아대는

봄날의 개구리 소리를 닫아버린

아파트 37층에서 바라본 그는

명왕성에서도 보인다는 담배 불빛으로 존재를 점멸하는 중이다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삶의 지표가

내뿜은 연기처럼

부풀던 바람의 흔적을 지우는,

더는 삼킬 수 없어 절망을 내뱉는 중이리라

보이지 않아 허물 수도 없는 벽

그 벽에 붙은 뉴스에선

바이러스 덫에 걸린 수치와 높은 대출금리가 둥둥 떠다니고

흡연 공간처럼 귀퉁이로 내몰린 그는 명왕성을 향해 신호를 보낸다.

콘크리트 벽에선 화석이 된 개구리가 별빛을 토해내며

담배 불빛에 실려 봉화대에 오른다

 

21.08.29

현대작가.21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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