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인권과 평화의 소녀군상” 선언문
너른 고을 광주는 조선 왕실도자기 분원이 있고, 정약용을 비롯한 총명한 젊은 학자들이 실학의 기틀을 다진 곳으로 빛나는 역사를 자랑한다.
1991년 8월14일 광주는 근현대사에서 잊을 수 없는 아픈 역사를 가슴에 품게 되었다.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인권말살 피해 실상을 공개 증언한 후, 1998년 8월14일 광주 원당리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보금자리‘나눔의 집’이 둥지를 틀게 된 것이다.
2011년 12월14일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 1000회째 되던 날, 피해 할머니들 명예와 인권회복을 위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기억하기 위한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되었다.
이후 국내 여러 지역과 해외 미국, 캐나다, 호주, 독일 등지에 건립되어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여성인권의 상징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일본 군국주의에 의한 인권 유린과 고통이 어찌 일본군 위안부만의 문제이겠는가? 지아비와 아들이 강제징용과 학도병으로 끌려가고 평생 홀로 엄혹한 가계를 유지한 어머니와 아내였던 그들의 한(恨)은 무엇으로 위로할 수 있단 말인가?
뿐이랴! 남편이나 아들이 독립운동을 하러 만주벌판으로 떠난 후 아내와 어머니가 흘린 눈물을 우리는 결코 외면할 수 없다. 더욱이 독립운동에 직접 참여했던 의로운 여성들이 있다는 사실과 그들이 일본으로부터 받은 반인륜적 구타, 고문으로 인한 여성인권 유린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강제로 고향을 떠나 만주와 연해주 등에 이주되어 고국이 그리워하며, 한 서린 어머니와 누이들의 역사적 인권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반도에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의 무자비한 폭거 앞에 유린된 인간 존엄성과 짓밟힌 여성인권에 대한 역사의 진실이 엄연히 있다. 그러나 사죄는커녕 역사를 왜곡하고 우경화로 치닫고 있는 일본을 전 인류에 고발하고, 짓밟힌 여성 인권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유교적이고 가부장적 전통으로 현재 진행형인 여성인권의 고통과 질곡도 철저히 개선해야 한다.
아울러 광주는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노동자 수가 전국2위라고 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고국을 떠나와 문화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고, 때론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살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각 나라도 일본의 잔혹한 여성인권이 유린당한 동병상련의 아픔이 있다. 다문화 가정들의 역사 정체성과 민주의식을 고양시킨다면 시민으로서 그 책임을 다 할 것이다.
이에 뜻있는 광주시민과 시민단체가“세계 여성인권과 평화의 소녀군상”을 설치하여 역사와 평화에 대한 교훈으로 삼고자 한다. 우리 광주시민사회는 세계평화와 여성인권을 상징하는 여성상들이 어우러지는“평화공원”의 지정을 광주시와 정치권에 당당히 요구하기로 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의지를 추진하기 위해 시민위원과 학생위원 시민단체의 이름으로“세계여성인권과 평화의 소녀군상”건립추진위원회를 조직한다.
추진위원회는 8.15 만세운동, 1만인 서명운동, 학술대회, 세미나, 문화예술 공연 등을 통해 학생들의 역사의식 고취에도 앞장서기로 한다.
우리는 정치적 가치와 이념적 가치를 초월한 전 광주시민과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행동을 호소한다.
이에 광주시민의 이름으로 '세계여성인권과 평화를 위한 소녀군상' 건립 추진을 선포하는 바이다.
2018. 08. 15
세계여성인권과 평화의 소녀군상 건립추진위원회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