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사 와불
민병도
사람들이 왜 자꾸만 거리에서 드러눕는지
천년의 파업 앞에 공손히 무릎 꿇는,
운주사 와불 앞에서 고개 잠시 끄덕이네
아무 말 하지 않고 드러눕는다는 것이
그저 누운 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힘인지 왜 여태 몰랐을까
고작 순한 소리 앞에 큰 귀를 활짝 열어
진실로 큰 물음은 대답이 없는 거라며
정釘 소리 뒤따라가며 돌꽃이나 피울 그 뿐
비 오면 비에 젖어 하나도 젖지 않고
바람에 살을 흩는 침묵에도 고개 숙이네
세상을 등지고 누운, 눈물겨운 저 능청
==시조집 『칼의 노래』(2014. 10. 목언예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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