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할미꽃의 말
태양을 향해
피어야만 꽃이 아님을
할미꽃 피는 마을에 와서
깨닫는다
숨어 피는 꽃이
더 어여쁘다는 것을
바위틈에 핀 동강할미꽃을 보고
겨우 알아차린다
한평생
바람으로 떠돌며
걸음마다 시의 꽃을 피우던 사내
고요히 잠든 김삿갓 계곡에 와서
하늘 우러러 피는 꽃만 사랑한 죄
뒤늦게 뉘우치는데
은산철벽의
동강할미꽃 하나
고개 숙인 꽃의 향기가 더 멀리 간단다
나를 달래듯 가만가만 속삭인다
글.사진 - 백승훈
'그룹명 > 좋은 글 훔쳐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절연 (0) | 2013.08.22 |
---|---|
7월의 시 (0) | 2013.07.13 |
드라이플라워 외/ 장요원 (0) | 2013.03.29 |
우주의 시간/박현솔 (0) | 2013.03.18 |
아내의 시집/ 김명호 (0) | 2012.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