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물비늘이 가슴을 훌칩니다
생의 비늘이 현기증 일으키며 착지한 철길에는
존재의 흔적조차 멀어져갑니다
등줄기에서 쭈뼛 신호를 보냅니다
하이힐 속으로 웅크린 자존심이
불어터진 속내를 잠재우던 그때,
허기진 속으로 쑤셔 넣은 밥알이
제 주인의 신경줄 따라 곤두서고
덩그런 밥상에 걸터앉은 그림자는 홀로 흐느낍니다
정적이 감도는 방안엔 엑스트라도 없습니다
빈 잔의 허무를 쓸어주던
형광불빛만 꿈뻑꿈뻑 눈치를 살필 뿐
비늘이 떨어져나간 자리가 근질거립니다
피돌기가 시작된 철길 위 기적소리에
굳은 딱지가 들썩이고 있나봅니다
내일은 한강으로 달려가
좌절에 눌린 썩은 오장육부 헹궈내고
햇살을 퉁기는 물빛 고움만 품고 오렵니다
물 깊은 곳의 속앓일랑은
거대한 삶의 소용돌이 속 일부일 뿐이라
내안의 나를 비우렵니다
2009.10.20
09. 광주문학 1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