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2호선 전철에서 한강을 보다

언어의 조각사 2009. 10. 20. 20:37

한강 물비늘이 가슴을 훌칩니다

 

생의 비늘이 현기증 일으키며 착지한 철길에는

존재의 흔적조차 멀어져갑니다

등줄기에서 쭈뼛 신호를 보냅니다

하이힐 속으로 웅크린 자존심이

불어터진 속내를 잠재우던 그때,


허기진 속으로 쑤셔 넣은 밥알이

제 주인의  신경줄 따라 곤두서고

덩그런 밥상에 걸터앉은 그림자는 홀로 흐느낍니다

정적이 감도는 방안엔 엑스트라도 없습니다

빈 잔의 허무를  쓸어주던

형광불빛만 꿈뻑꿈뻑 눈치를 살필 뿐


비늘이 떨어져나간 자리가 근질거립니다

피돌기가 시작된 철길 위 기적소리에

굳은 딱지가 들썩이고 있나봅니다

 

내일은 한강으로 달려가

좌절에 눌린 썩은 오장육부 헹궈내고

햇살을 퉁기는 물빛 고움만 품고 오렵니다

물 깊은 곳의 속앓일랑은

거대한 삶의 소용돌이 속 일부일 뿐이라

내안의 나를 비우렵니다 

 

2009.10.20

09. 광주문학 12호

 

첨부파일 b16.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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