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갈대를 보다

언어의 조각사 2009. 10. 22. 10:05

생의 노래

                                       心田김영미

 

속을 비우며

하얗게 토해낸 삶의 노래가

하늘가를 맴돌다 안부 전하는

곱게 물든 갈빛을 훑다 온 바람의 전언은

결코 달콤하지만 않습니다

 

애락의 그네를 밥줄에 매어 놓고

갈대처럼 속을 벼리다보니

마디진 흔적이 상처로 남습니다

때론 그 상처가 살아야 할 존재 이유가 됩니다

 

갈대밭을 보면

쥐불놀이가 생각납니다

제 속을 태우는

불꽃 뒤에 묻힌 새순의 트림도 모른 채

보름달 화덕 속으로 마냥 뛰어들고 싶던 그 날은

온통 환락이었습니다

 

옹이진 마디마다 비명을 지릅니다

눈물이 나는 걸 보니

아직은 비우지 못한 약간의 이유가 남았나봅니다 

화덕 속에 묻어둔 무념의 사리를

갈대 속은 허방으로 비어있지 않음을  

하얗게 부서지는 노래로 듣습니다

 

2009.10.21

광주문학.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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