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목련.4 -Fixion-

언어의 조각사 2007. 3. 22. 18:06

 

목련.4 -Fixion-

                          김영미

 

 

꽃샘바람에

이지러진 목련꽃이

눈꽃을 맞고 있다

첫사랑 떠나가던

폐허의 등 뒤로

목련은

현기증 이는 꽃잎을 떨구고

추억에 감겨

캄캄한 나락으로 휘청이는데

목련가지마다

처연히 내려앉은 하얀 나비 떼

오늘도

철 이른 목련꽃 하얗게 벙글고

뒤란을 비질하던 남편이 투덜댄다

“떨어진 목련꽃은 미친년 속곳 같단 말이야”

첫사랑이

망각의 고치 벗고 날개 펼치던

내 맘도 미치고 환장하겠네.

 

07.03.21

2005년 4월 13일 경남 거창의 관공서 화단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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