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장터에서/ 김영미 하루치 바다를 함지박에 담아은빛 지느러미 몇 개 풀어 놓는 곳세상의 흥정들은 이곳에 와서 발을 멈춘다링거액처럼 줄어드는 아버지 일대기는거친 풍랑을 견디고도 만선한 기억인데이마트에서도 롯데마트에서도그리움의 바코드 찍지 못하는뜯겨 나간 페이지 속 기억의 낱장들 누군가는 전생의 여독이 보부상처럼 떠돌아야겨우 닿을 수 있다 하고누군가는 후생에서나 돌아갈 수 있다는 곳유자향이 돌아와야 어시장이 깨어난다던생물로 팔려나가던 바다가 고흥에선구이가 되어 넘겨지던 풍습이 불꽃을 피운다 소금기가 희미한 날설령 바다가헤밍웨이 ‘노인과 바다’에 끌려온그 혼신의 형체가 될지라도더 이상 거짓 없는 새벽에 이르면사라진 연기 너머에 무엇이 보일까 아버지 후생의 어느 여울목에자식들은 은빛 지느러미 되어아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