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소환장/ 김영미
숲 저쪽
울지 않는 바이올린이 내 기억의 스위치를 가져갔을까
마른장마에 구름도 품절 되었다
소낙비 한바탕 쏟아지면
태양에게 겸손을 알리듯 그 비를 온몸으로 복사해내던
양철지붕의 고단한 필사가 생각난다
아버지 농경 속에서 상처 입은 농기구가 있던 그곳은
잠시라도 한눈팔면 암실이 되고 마는 추억의 유배지다
숲을 퍼 나르던 아버지 지게가 기억의 간이역을 후끈 달군다
개울물이 불어나면 나를 업고 학교 가는 길 열어주던 아버지
먹구름 드리운 세상을 향한 길이 막막해질 때
허공의 문고리 잡아당기면 든든한 그 등을 만날 수 있을까
숲을 빠져나온 바이올린이 구름의 현을 켜며 내 안으로 들어선다
2013.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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