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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히 가렴,조카야

언어의 조각사 2018. 12. 12. 17:35

편히 가렴, 조카야 / 김영미

 

 

고장 난 객실 숨소리가 거칠다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너와 체온을 나눈 후

그들 밥상머리엔

희망이란 반찬은 흔적조차 없었다

하루치 중환자실 병원비에 불을 붙이자

장례절차가 냄비에서 끓고 있다

장수에 좋다는 장어탕엔 수저들만 바쁘다

한 끼의 밥을 향한 정서와 굴욕감이

밥상 위를 둥둥 떠다닌다

생과사의 비보호 교차점에서

알약같은 밥알을 밀어 넣는다

 

20181211호 하늘로 오르던 날

고봉밥 위로 위로처럼 눈이 내린다

지상의 허물과 속울음을 덮던 

눈꽃들의 장례식은

조용히 눈물을 지운다

 

2018.12.11

조용선 소천하다

 

2018.12.09 전남대병원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너와 나눈 체온이 

내가 줄수 있는 마지막 온기였다니...

이 글은 12월 9일 문병 후의 충격적 상실감을 적은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