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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코드가 돈이 된다? 새로운 가상 화폐, 비트 코인

언어의 조각사 2016. 7. 4. 10:28

컴퓨터 코드가 돈이 된다? 새로운 가상 화폐, 비트 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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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로고. 왼쪽에는 주황색 바탕에 대문자 B에 세로로 2개의 줄이 그어져 있는 흰 글씨가 있다. 그리고 그 옆에 bitcoin이 소문자로 적혀있다.
물물교환, 조개 화폐, 금을 거쳐 지금의 화폐 시스템이 정착됐다. 즉, 화폐는 계속해서 변화했고 우리에게 익숙한 지금의 화폐 시스템이 정착한 지는 얼마 되지 않은 셈. 정보통신 기술이 인간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꾸고 있는 지금 우리는 많은 거래를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새로운 삶의 패턴, 여기에 맞는 새로운 화폐 시스템이 등장했다. 바로 ‘비트코인(Bitcoin)’ 말이다.

발행 주체가 없는 가상화폐, 비트코인

비트코인이란 컴퓨터 신호를 의미하는 ‘비트(bit)’와 돈을 의미하는 ‘코인(coin)’의 합성어로, 2009년에 등장한 새로운 개념의 가상화폐다. 기존에도 가상화폐는 있었다. 싸이월드의 도토리, 카카오톡의 초코 등이 그 예이다. 그런데도 왜 비트코인은 남다른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독특한 작동 방식 때문이다.

비트코인 로고. 왼쪽에는 주황색 바탕에 대문자 B에 세로로 2개의 줄이 그어져 있는 흰 글씨가 있다. 그리고 그 옆에 bitcoin이 소문자로 적혀있다.
비트코인은 ‘통화의 혁명’이라고 불리며 새로운 화폐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발행 주체가 없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현금은 한국은행이, 도토리는 싸이월드가, 초코는 카카오톡이 발행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금처럼 캐내야 한다. 비트코인은 컴퓨터를 이용해 복잡한 알고리즘을 풀어내면 일련의 코드를 얻어낼 수 있도록 고안되었고, 여기서 나오는 컴퓨터 코드가 바로 비트코인이다. 이 과정을 광물 채굴에 비유해 ‘마이닝(mining)’이라고도 일컫는다. 이 과정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비트코인은 2,100만개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희소성을 가지기 때문에 재화로서의 가치를 가지게 된다.

한국의 비트코인 거래소 중 코빗과 코인원의 홈페이지를 캡쳐한 화면이다.
한국의 비트코인 거래소. 주식처럼 비트코인 거래소를 통해 코인을 거래 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Korbit, Coinone 홈페이지)

비트코인은 발행 주체도 없고, 중앙 관리 기구도 없다. 따라서 비트코인은 철저히 사용자들에 의해 운영된다. 비트코인은 여러 이용자의 컴퓨터에 분산되어 존재하며, 서버 없이 사용자간에 데이터를 주고 받는 P2P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비트코인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하지만 그 어떤 개인정보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현금 거래처럼 익명성이 보장된다. 다만, 우리의 인터넷 활동이 IP주소와 접속시간을 통해 기록되는 것처럼 거래 내용 자체는 공개된다.

비트코인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렇게 혜성처럼 등장한 비트코인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3년이다. 2013년 4월, 완만하게 증가하던 비트코인 환율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유는 바로 키프로스 금융위기. 키프로스 정부가 고액 예금의 40%를 강제 징수하겠다고 발표하자 이를 걱정한 부유층이 비트코인으로 자신의 자금을 옮긴 것이다. 이후에도 중국 인터넷 포털 바이두의 비트코인 결제 수단 허용, 비트코인 ATM 등장, 미국 의회 비트코인 청문회 개최 및 벤 버냉키 전 미국 연준 의장의 긍정적인 발언 등으로 2013년 초 13달러로 시작한 비트코인은 2013년 말이 되자 900달러를 웃돌았다.

한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거래처 로고를 정리한 것이다. 여기에는 쿠팡, 티몬, 옥션, 예스24, 지마켓, 카카오톡 로고가 정리되어 있다.
우리의 소비는 이제 오프라인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 온오프라인 경계가 모호한 지금, 가상화폐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전세계 화폐 총량은 500조 달러에 달하며, 실제로 유통되는 화폐는 50조 달러 정도이다. 즉, 유통되는 화폐량과 실제 화폐 총량의 어마어마한 차이에서 가상화폐 시장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국내만 하더라도 가상화폐 규모는 15조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복잡한 알고리즘으로 해킹,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비트코인이 주목 받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비트코인을 응용한 다양한 대안화폐의 로고를 정리한 것이다. 여기에는 헐코인, 솔라코인, 레드코인, 오로라코인, 네임코인이 포함되어 있다.
비트코인을 ‘화폐’를 넘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수단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비트코인이 주목 받는 이유는 또 다른 이유는 MIT 라이선스를 통해 오픈소스로 제공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누구나 비트코인 시스템의 업그레이드에 참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응용한 새로운 시스템을 고안할 수 있다. 실제로 이를 응용한 다양한 ‘대안화폐(Alternative Coin; Altcoin)’가 등장하고 있다. 대안화폐는 단순히 돈을 목적으로 하기 보다는 가상화폐를 이용해 현존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 예시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헐코인(Hull Coin)’, 아이슬란드의 부패한 정부와 금융 시스템에 대응하기 위한 ‘오로라코인(Auroracoin)’, 태양 에너지 발전에 사용되는 ‘솔라코인(Solarcoin)’, 대안 인터넷 주소 시스템을 구축한 ‘네임코인(Namecoin)’ 등이 있다.

비트코인의 허와 실

2013년 4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먼은 비트코인이 화폐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사실 비트코인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비트코인은 익명성 때문에 불법거래, 돈세탁 등의 범죄에 악용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는 기존에도 존재하던 문제인 만큼 비트코인의 존립 자체를 뒤흔드는 문제는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재화로서 가져야 하는 ‘안전성’의 부재이다.

튤립사진. 분홍색, 보라색, 노란색 등등 다양한 색깔의 튤립이 펼쳐져 있다.
튤립파동으로 한 때 네덜란드에서 튤립 가격이 집 한 채 가격을 웃돌았다.

일부는 비트코인을 보며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있었던 ‘튤립 파동’을 연상하기도 한다. ‘튤립 파동’이란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현상을 일컫는 말로, 자본주의 사상 최초의 거품 경제 현상이다. 이처럼 비트코인의 현재 가치는 투기로 인해 너무 높게 측정되어 있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반복하고 있다. 이 외에도 수 차례에 거친 거래소 해킹과 이로 인한 고객 예치금 소실은 비트코인 자체의 안정성과는 별도로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비트코인 사용처에서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다는 표식을 설치해 둔 모습이다. 이 표식에는 ‘여기서는 비트코인을 받습니다.’라는 말이 영어로 적혀있다.
비트코인은 다양한 온라인 사용처뿐만 아니라 북미 지역과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사용처가 있다. 비트코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점점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허가 있으면 실도 있는 법. 비트코인은 새로운 지불 수단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상 금융거래량이 증가하고 있고, 통일화 된 통화에 대한 수요가 많은 만큼 비트코인이 어떤 형태로든 정착할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의 의견이다.

금이 금으로서 가치를 가지고, 화폐가 화폐로서 가치를 가지며, 하물며 조개 껍질이 통화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간이다. 컴퓨터 속의 황금, 비트코인의 운명은 우리 손에 달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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