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숲의 이면을 엿보다 |
하광신문, 2014-01-21 오전 10:22:11 |
발코니를 빠져나온 온기들이 긴 그림자를 끌고 숲을 향한다 비의 고형에 갇혔던 5월의 기억들이 태양의 내면을 복사해 잎맥을 덧칠하는 잠깐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을 겨울 산은 신의 비망록이다 밀반입된 봄을 보수하려는 듯 새들은 허공이 비좁다 하늘을 쪼아대며 분주하다 털을 세운 짐승들과 계곡으로 달려가는 돌은 이끼의 이력을 허공에 묻었다 혹한을 벼리며 입김으로 시를 쓰던 나무들 제 존재를 부추기며 발끝을 세우고 도심에 잠식당한 숲을 건너다본다 발코니 한켠, 잘 달궈진 태양의 편지에는 5월의 기억들이 시를 읊고 축축해진 어깨 위로 휴업간판을 내거는 고단했을 저문 하루가 붉게 물든 숲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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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존재 |
하광신문, 2014-01-21 오전 10:23: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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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존재 |
하광신문, 2014-01-21 오전 10:23:24 |
문이 열리자 폐 속 깊이 스며드는 아버지의 부피, 어둠 한구석의 곡괭이와 탐조등이 유품처럼 빛난다 상속이란 헛간의 시간을 보내야만 완성되는 것인가 채굴막장의 불꽃 튀던 서슬 오간데 없고 울분마저 삭이며 녹슬어간 청춘이 빛을 잊은 듯 어둔 구석에서 먼지를 덮고 있다 평생을 막장에서 살았으니 어둠이 더 익숙했을 아버지 분신은 몸속으로부터 세월의 각질을 밀어내고 있다 거미줄에 갇힌 기억은 낡은 그리움으로 더깨입은 망각을 털어낸다 부재의 녹을 떨군 세월의 무게는 빛을 업고 날아가는 먼지처럼 저리도 가벼울 수 있는가 삐걱대는 레일에 몸을 싣고 나오며 살았음을 느꼈을, 간드레불빛 출렁이며 들던 오두막 작업복 먼지처럼 엉기던 피붙이를 희망으로 알던 그 아버지가 어느 순간부터 내 안에서 지워지고 있었다 소리 없이 무의미한 존재로 서서히 몸에서 밀려난 각질처럼 내 자식에게서 지워져갈 존재인 내 안에서 아버지의 녹슨 곡괭이가 구멍을 낸다 혹자는 존재의 상실을 손끝에 놓고 부권의 몰락이라 했고, 자본주의 폐해라했지만 아버지는 내 존재의 마중물이다 어둠을 뚫고 나온 소리 없는 메아리는 아직도 허공을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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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1 오전 10:23:24 © | |
[시] 숲의 이면을 엿보다 |
하광신문, 2014-01-21 오전 10:22:11 |
발코니를 빠져나온 온기들이 긴 그림자를 끌고 숲을 향한다 비의 고형에 갇혔던 5월의 기억들이 태양의 내면을 복사해 잎맥을 덧칠하는 잠깐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을 겨울 산은 신의 비망록이다 밀반입된 봄을 보수하려는 듯 새들은 허공이 비좁다 하늘을 쪼아대며 분주하다 털을 세운 짐승들과 계곡으로 달려가는 돌은 이끼의 이력을 허공에 묻었다 혹한을 벼리며 입김으로 시를 쓰던 나무들 제 존재를 부추기며 발끝을 세우고 도심에 잠식당한 숲을 건너다본다 발코니 한켠, 잘 달궈진 태양의 편지에는 5월의 기억들이 시를 읊고 축축해진 어깨 위로 휴업간판을 내거는 고단했을 저문 하루가 붉게 물든 숲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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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김영미 프로필 충북 충주 출생. 문예사조 시 부문 등단. 한국문인협회회원, 광주문인협회 지부장 시집 :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버린다」 공저 다수, 문학상, 예술공로상 외 다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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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1 오전 10:22:11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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