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랑방

하광신문에는,

언어의 조각사 2014. 1. 23. 13:17

[시] 숲의 이면을 엿보다
하광신문, 2014-01-21 오전 10:22:11  
 
발코니를 빠져나온 온기들이
긴 그림자를 끌고 숲을 향한다
비의 고형에 갇혔던 5월의 기억들이 
태양의 내면을 복사해 잎맥을 덧칠하는
잠깐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을 겨울 산은 
신의 비망록이다
밀반입된 봄을 보수하려는 듯
새들은 허공이 비좁다
하늘을 쪼아대며 분주하다 
털을 세운 짐승들과
계곡으로 달려가는 돌은
이끼의 이력을 허공에 묻었다
혹한을 벼리며 
입김으로 시를 쓰던 나무들
제 존재를 부추기며  발끝을 세우고
도심에 잠식당한 숲을 건너다본다
발코니 한켠,
잘 달궈진 태양의 편지에는
5월의 기억들이 시를 읊고
축축해진 어깨 위로 휴업간판을 내거는
고단했을 저문 하루가
붉게 물든 숲을 접는다
[시] 존재
하광신문, 2014-01-21 오전 10:23:24  

HOME > 뉴스종합 > 하광문학 폰트크게 폰트작게 글프린트 글메일보내기 글스크랩하기
[시] 존재
하광신문, 2014-01-21 오전 10:23:24  
 
문이 열리자 폐 속 깊이 스며드는 아버지의 부피,
어둠 한구석의 곡괭이와 탐조등이 유품처럼 빛난다
상속이란 헛간의 시간을 보내야만 완성되는 것인가
채굴막장의 불꽃 튀던 서슬 오간데 없고
울분마저 삭이며 녹슬어간 청춘이
빛을 잊은 듯
어둔 구석에서 먼지를 덮고 있다
평생을 막장에서 살았으니
어둠이 더 익숙했을 아버지 분신은   
몸속으로부터 세월의 각질을 밀어내고 있다
거미줄에 갇힌 기억은 낡은 그리움으로
더깨입은 망각을 털어낸다
부재의 녹을 떨군 세월의 무게는
빛을 업고 날아가는 먼지처럼
저리도 가벼울 수 있는가
삐걱대는 레일에 몸을 싣고 나오며 살았음을 느꼈을,
간드레불빛 출렁이며 들던 오두막
작업복 먼지처럼 엉기던 피붙이를 희망으로 알던
그 아버지가 
어느 순간부터 내 안에서 지워지고 있었다
소리 없이 무의미한 존재로
서서히 몸에서 밀려난 각질처럼
내 자식에게서 지워져갈 존재인 내 안에서
아버지의 녹슨 곡괭이가 구멍을 낸다
혹자는
존재의 상실을 손끝에 놓고
부권의 몰락이라 했고, 자본주의 폐해라했지만
아버지는 내 존재의 마중물이다 
어둠을 뚫고 나온 소리 없는 메아리는
아직도 허공을 맴돌고 있다 

2014-01-21 오전 10:23:24   ©
HOME > 뉴스종합 > 하광문학 폰트크게 폰트작게 글프린트 글메일보내기 글스크랩하기
[시] 숲의 이면을 엿보다
하광신문, 2014-01-21 오전 10:22:11  
 
발코니를 빠져나온 온기들이
긴 그림자를 끌고 숲을 향한다
비의 고형에 갇혔던 5월의 기억들이 
태양의 내면을 복사해 잎맥을 덧칠하는
잠깐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을 겨울 산은 
신의 비망록이다
밀반입된 봄을 보수하려는 듯
새들은 허공이 비좁다
하늘을 쪼아대며 분주하다 
털을 세운 짐승들과
계곡으로 달려가는 돌은
이끼의 이력을 허공에 묻었다
혹한을 벼리며 
입김으로 시를 쓰던 나무들
제 존재를 부추기며  발끝을 세우고
도심에 잠식당한 숲을 건너다본다
발코니 한켠,
잘 달궈진 태양의 편지에는
5월의 기억들이 시를 읊고
축축해진 어깨 위로 휴업간판을 내거는
고단했을 저문 하루가
붉게 물든 숲을 접는다

[덧붙이는 글]
김영미 프로필  충북 충주 출생.  문예사조 시 부문 등단.  한국문인협회회원, 광주문인협회 지부장  시집 :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버린다」 공저 다수, 문학상, 예술공로상 외 다수.
2014-01-21 오전 10:22:11   ©

'그룹명 > 사랑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도는,   (0) 2014.03.19
음악으로 힐링...  (0) 2014.02.08
광주문인협회 신년하례식  (0) 2014.01.21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다  (0) 2014.01.20
덕분에...  (0) 2014.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