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이면을 엿보다
김영미
베란다를 빠져나온 온기들이
긴 그림자를 끌고 숲으로 향한다
비의 고형에 갇힌 오월의 기억들이
태양의 내면을 복사해 잎맥을 잇는,
잠깐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을 겨울 산은
신의 비망록이다
밀반입된 봄을 보수하려는 듯
새들은 허공이 비좁다
하늘을 쪼아대며 분주하다
털을 세운 짐승들과 계곡으로 달려간 돌은
이끼의 이력을 허공에 묻었다
혹한을 벼리며 입김으로 시를 쓰던 나무들
제 존재를 부추기며 발끝을 세우고
도심에 잠식당한 숲을 건너다본다
베란다 한 켠,
잘 달궈진 태양의 편지에는
오월의 기억들이 시를 읊고
축축해진 어깨 위로 휴업간판을 내거는
고단했을 저문 하루가 붉게 물든 숲을 접는다
2013.2.2
사진: 자연 김경희시인
광주문학16호, 월간문학,착각의 시학
아프리카 지역에 사는
바오밥 나무
(생땍쥐페리 어린왕자에 등장)가 어린왕자의 전설 속으로 물구나무 선 그 곳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