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숲의 이면을 엿보다.

언어의 조각사 2013. 2. 6. 13:00

숲의 이면을 엿보다

 

                                     김영미

 

 

 

 

베란다를 빠져나온 온기들이

긴 그림자를 끌고 숲으로 향한다

 

비의 고형에 갇힌 오월의 기억들이 

 

태양의 내면을 복사해 잎맥을 잇는,

 

잠깐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을 겨울 산은 

 

신의 비망록이다

 

밀반입된 봄을 보수하려는 듯

 

새들은 허공이 비좁다

하늘을 쪼아대며 분주하다 

 

털을 세운 짐승들과 계곡으로 달려간 돌은

 

이끼의 이력을 허공에 묻었다

 

혹한을 벼리며 입김으로 시를 쓰던 나무들

 

제 존재를 부추기며  발끝을 세우고

 

도심에 잠식당한 숲을 건너다본다

 

베란다 한 켠,

 

잘 달궈진 태양의 편지에는

오월의 기억들이 시를 읊고

 

축축해진 어깨 위로 휴업간판을 내거는

 

고단했을 저문 하루가 붉게 물든 숲을 접는다

 

 

 

2013.2.2

 

 

사진: 자연 김경희시인                            

광주문학16호, 월간문학,착각의 시학

 

아프리카 지역에 사는

바오밥 나무

(생땍쥐페리 어린왕자에 등장)가 어린왕자의 전설 속으로 물구나무 선 그 곳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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