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서원에 와서/ 김영미 하회(河回)마을을 안고 도는 마음을강은 우리보다 먼저 알고 있다세월보다 먼저 광음(光陰)이낡은 빗장 뜯어낸다오행의 안쪽을 들어설 때마다기의 흐름을 알아채는 것일까 먹물 빠지지 않은 오죽(烏竹)이서원 곁을 지키는 봄날 한때기억 뒤편의 선비 생애를 따라 서성인다그 시절 젊은 선비와 나누던 서신들과정처를 찾지 못한 연못의 잉어는꼬리가 물 밖을 향해 있었을 거다 태극의 흐름보다 강물의 흐름으로사람 형태의 기를 받드는 일하늘의 높이와 땅의 깊이를 측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강당의 열기는 용마루를 뚫고 용머리를 처들어서용트림으로 갯버들을 휘감았을까 사람의 도가 하늘이요사람 노릇을 해야 사람이라는 가르침과거장 시제는 아직도 남아있어서원의 현판보다 빛나는데퇴계 선생이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 무엇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