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 2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31회] 도산서원에 와서

도산서원에 와서/ 김영미 하회(河回)마을을 안고 도는 마음을강은 우리보다 먼저 알고 있다세월보다 먼저 광음(光陰)이낡은 빗장 뜯어낸다오행의 안쪽을 들어설 때마다기의 흐름을 알아채는 것일까 먹물 빠지지 않은 오죽(烏竹)이서원 곁을 지키는 봄날 한때기억 뒤편의 선비 생애를 따라 서성인다그 시절 젊은 선비와 나누던 서신들과정처를 찾지 못한 연못의 잉어는꼬리가 물 밖을 향해 있었을 거다 태극의 흐름보다 강물의 흐름으로사람 형태의 기를 받드는 일하늘의 높이와 땅의 깊이를 측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강당의 열기는 용마루를 뚫고 용머리를 처들어서용트림으로 갯버들을 휘감았을까 사람의 도가 하늘이요사람 노릇을 해야 사람이라는 가르침과거장 시제는 아직도 남아있어서원의 현판보다 빛나는데퇴계 선생이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 무엇이 ..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30회] 처서와 추석 사이

처서와 추석 사이/ 김영미 처서가 양철지붕 식히느라움츠러드는 소리에한여름 뙤약볕이 주춤 거린다 마루를 뛰노는 먼지들과 공기놀이 하던 햇살오래전 여닫다 접어 둔 습기 찬 들문구름이 머물다간 얼룩을 지운다 송편 빛깔 달이 부풀자집 나간 송아지 개울 건너늙은 태양을 등지고 오는 계절가난한 자식들도 납빛으로 돌아온다 지붕 위 고양이는또 다른 계절로 건너가기 위해보름달을 물고 온다 아직은 모기주둥이 뻗뻗한여름 끝자락버드나무 실가지가 꼿꼿하다 삶의 칼바람에 휘둘릴 때면서덜 밭 일궈 놓은 부모님 생각오가는 사연은 다양해도탯줄 당기는 고향 품으로둥글게 하나 되어 닻을 내린다 [시작메모]- 어머니가 준비하시던 추석 명절 준비추석이 가까워 지면 농촌에 있는 부모님들은 자식들을 위한 준비로 더욱 분주하다. 음식 준비와 더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