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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언어의 조각사 2023. 3. 19. 13:04

시발점은 봄바람이었다

내 오랜 갈증의 오지였으며

더는 고민해선 안 된다는 60해 동안의 체증은

애당초 변명에 불과했을 그리움이었다

충주를 지나 제천에 들러서야 여고시절을 소환했던 건

그 속에서 내가 찾고자 했던 우정의 약속이었을까

바다 너머 유토피아를 쫒던 시베리아 철새였을까

강구항에 들렀다

가끔씩 여행자의 공복은 갯내음을 부른다

바다를 놓친 대게들은 붉다

내가 놓친 삶의 여백도

붉거나 화석이 되려다 껍질로 위장된

내면의 모서리를 부수고 있었다

그 모퉁이에서 메타콰이어 숲을 걷다가

붉은 진달래를 만났다

미수에 그친 봄날이

쉽사리 열지 않던 내 여백의 끄트머리에서

가지마다 움트는 싱그런 연둣빛을 충전한다

5월의 신록은 그리움으로 남겨두고

육신과 영혼의 공복을 채우던 진달래는
나들이 한편에

붉게 빛나는 추억 한 송이 피우고 있다

2023.3.18.

 

메모-

한동안 여행을 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세상의 어떤 꽃이 겨울 속으로 유배되어
붉은 단심을 노래하고 싶을까요
그래서 내 안의 봄바람은 처절합니다.
그래서 삶의 여백은 또다른 계절의 꽃들을
문풍지 너머로만 넘겨다 볼 뿐이었지요.
생동하는 이 계절에 삶의 여백을 밀반입해주신

00사장님께 고마움을 전하며

푸른 봄바람으로 사막 한편에 봄빛을 수혈합니다.

 

혜주랑 거진항의 대게로 공복을 채우고 메타콰이어 숲에서 여고시절을 되돌려본다.

5월의 신록과 함께 다시 보러오자..

그 여행의 산자락에 진달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