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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춤의 시간

언어의 조각사 2021. 8. 3. 07:37

'모든 군부대 외출 외박 면회 전면통제'
군에서 복무 중인 아들은 휴가도 반납하고 군대로 복귀했다.

부모가 새로운 아파트에 입주했어도 집에 오지 못하던 아들은 휴가를 이용해 다녀가기로 했는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코로나 비상으로 복귀해야만 하는 군인의 삶….

아들과 먹으려고 준비한 음식과 과일들은 냉장고 배를 가득 채우고

그것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안타까움에 허기졌다.

아쉬움으로 보낸 7월의 끄트머리 날에
아들의 첫 복무지에서 지인이 보내준 '인제 옥수수' 한 박스가 도착했다.

그 옥수수를 찌고 과일과 김치, 반찬들을 아이스박스에 담고서

남편과 함께 새벽을 가르며 아들에게 달려갔다.

만일 아들을 만날 수 없으면 현관 입구에라도 놓고 오자며 무작정 달려갔다.

정문 앞에서 전화를 걸었더니 다행스럽게도 잠깐의 외출은 가능하다고 했다.

아들이 관사로 돌아간 후

내친김에 감악산 출렁다리에 가보기로 했다.

한낮의 열기를 견디기 어려워 출렁다리 체험은 가을로 미루고

차 트렁크에 싣고 다니던 의자를 들고 감악산 제2터널 아래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그곳엔 열돔 현상으로 뜨거운 도심을 피해 찾아온 사람들의 열기로 후끈거렸다.

아스팔트 열기를 피해 한산한 계곡에 자리를 잡았지만 강렬한 햇빛은 계곡 물줄기마저 미지근하게 만들었다.
열기와 열기가 만나 무더위가 되듯이
우리는 계곡 물소리와 초록향연으로 몸과 마음이 싱그러워지고 있었다.

멈춤의 시간이 삶의 여유를 안겨주며 영혼을 정화 시키고 있었다.

“행복은 보일락 말락 하는 작은 간이역”이라고 괴테는 말했다.
‘행복의 간이역’은 작아서 바쁘게 서두르면 놓치기 쉽다는 것이다.
우리가 코비드 시대를 겪으면서 배운 것도 잠시 멈춤이다.
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릴 때 잠시 일상을 멈춰야 했듯이 우리의 삶에도 멈춤의 시간이 필요하다.

비록 마스크와 함께하는 계곡에서의 쉼이었지만

아들을 잠시 만나볼 수 있었고 싱그런 자연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아서일까?

돌아오는 길은 행복의 빛으로 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