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동행

언어의 조각사 2015. 1. 19. 15:04

동행   

                                 김영미

 

지난한 슬픔을 베어 문 낮달이

왕버들가지에 걸려있다

새들도 곤한 여행길을 나무에 접어둔다

흔들려도 중심은 잃지 않는 나무처럼

기다림은 무시로 단단한 버팀목이 된다

우리네 삶도 흔들리며 바로서니

함께하는 길들로 견고히 빛난다  

무리지어 허공을 달구던 새들도

날개 접는 창녕 우포에

내 그리움을 풀어놓는다

억만년의 생성과 소멸에도 늪은 살아있듯

네가 있고 내가 있어 아름다운 곳

늙은 걸음으로 새날을 낳는

습기의 이력을 짚어가는 왕버들처럼

낮달은 밤의 회귀回歸로 내일의 노래가 된다

중생대 백악기를 아우르는 숨소리

너와 나 모두를 품은 늪

1억4천만년 맞잡은 손 놓지 않은

푸른 맥박 뛰는 따듯한 동행이다.

 

2014.12.20, 우포늪에서

광주문학.18 2017착각의시학사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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