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성 적 표
김 영 미
주머니 속 성적표가
가슴에서 콩당콩당 뛰고 있는데
산에 가자고 옷 갈아입으래요.
나무도 내 맘처럼 안절부절 못하나 봐
울그락 붉으락 바람 타는 얼굴 보며
엄마손 잡고 투덕투덕 오릅니다.
백담사 처마에 그네 타던 물고기가
저 혼자 손뼉 치며 노래합니다
하늘이 내려앉은 계곡물에서
산천어 열목어랑 구름 잡기 하다가
시험지 빗금수를 떠내려 보냈죠.
백 개도 넘는 동그라미
돌탑위에 얹어놓고 수심교 건너니
설악산 등성이에 걸터앉은 보름달이
부처님처럼 빙그레 웃고 있어요.
산천어 열목어 타고 하늘로 오르는데
풍경소리 뎅뎅 뗑 단잠을 깨웁니다.
주머니 속 성적표가 꼭꼭 숨었네
천둥 같은 발소리에 뒤돌아보니
“괜찮아,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엄마 입술 닮은 성적표 도장이
보름달처럼 웃고 있어요.
05.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