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조각사 2007. 2. 5. 17:47
 

옥수수대

                                 김영미

 

 

시퍼런 잎사귀 번뜩이며

염천 혓바닥도 자를 듯 하더니

결 곱던 금빛머리 까맣게 태웠네

메말라 팍팍한 밭두렁에 서

가뭄 든 혀끝 수액마저

알알이 채워...

알곡 떠나간 사랑의 흔적을

밀잠자리 혼자서 맴돌다 졸고

삼베옷자락 서걱대는 시린 등엔

갈무리 못한 쭉정이를 업고 있네

불혹을 넘긴 자식 품에서 놓지 못하는

바람 숭숭 든

울 엄마

가슴 같이

 

2004. 0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