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시인의 참 시詩 방앗간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56회] 핸드폰 해체하면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언어의 조각사 2025. 3. 27. 15:14

핸드폰 해체하면 나를 찾을 수 있을까

                                                김영미

 

나는 가상 세계의 여행자
온종일 핸드폰 속에서 산다

입을 잃어버린 세상의 말들은
비눗방울처럼 화면 속을 떠돌고

 

들꽃들 향기로 아우성치는 창밖

사과 익는 내음에 분주하던 벌들을 놓치고
딸기스무디 레시피를 따라가다
영상으로 만나기를 즐긴다

 

실재하는 세계를 유기당한 채
뇌 속에 저장되던 기억을
유심칩에 맡겨두는 블랙홀에 빠지고

 

잠 못 이룬 밤의 늪에서
새벽을 열어준 너는
장마가 시작된 지구 밖의 염문과
녹고 있는 빙하를 보여주고 있다

 

만일 노아의 방주가 있었다면
너부터 구원했을까

 

핸드폰과 나
분리불안을 앓는 아이
너는 나를 분석 중이다
핸드폰 해체하면 나를 찾을 수 있을까

 

[作詩메모]
핸드폰과 친숙해지면서 기억의 저장고가 헐렁해졌다.

온종일 핸드폰은 내 곁에 있어야 하고 핸드폰 알람 소리에 새벽을 열고서

핸드폰이 알려주는 스케줄을 보며 하루 일정이 진행되기도 한다.

 

핸드폰 속 기억의 빗장들은 늘 견고하다.

고요가 숨이 막힐 때마다 벌들이 웅웅거리는 이유도 그 때문인 듯하다.

공상이란 새가 되지 못한 벌들이 찾는 유일한 통로.

 

올 봄엔 연둣빛 향연과 꽃들의 환성이 떠나기 전에

핸드폰을 벗어나 느림의 미학에 대해서 뒷조사를 해봐야겠다.

그 첫 프롤로그를 설정하며 봄을 연다.

 

▼ 골프타임즈 가는 길

골프타임즈 모바일 사이트,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56회] 핸드폰 해체하면 나를 찾을 수 있을까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56회] 핸드폰 해체하면 나를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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