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시인의 참 시詩 방앗간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52회] 층을 허물며

언어의 조각사 2025. 2. 25. 13:09

층을 허물며/ 김영미

 

창녕 박물관에서 보았던
가야 소녀 송현이
그 금동 귀걸이에서 번지던샛노란 현기증

은행나무 화석을 보듯 요동치던 가슴

 

길을 걷다가 가을을 펼쳐 읽으면
낙엽은 건반 되어
봄물 밀어올리는 소리 들린다

 

켜켜이 쌓인 낙엽의 퇴로에서
쉽사리 자신을 내주지 않고
지상을 떠도는 은행나무 잎들

 

층층이 쌓인 어두운 무덤 속
동료들과 더불어 16세기를 빠져나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실체를 드러낸 가야 소녀가 속삭인다

 

무릎 꿇은 소녀의 정강이뼈는
햇살과 바람의 생채기 견디며
일그러진 은행나무 줄기처럼
남은 수액조차 온통 빠져나간 공터
순장의 장송곡으로 번진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샛노랗게 나뒹구는 화석을 밟으며
층층이 쌓인 역사의 뒤안길을 서성이고

 

화로 앞에 둥그러니 모여
손바닥을 뒤집으며 안부를 나누던
사랑방 같은 온기가 그리워
늦가을 한편의 서사를 책갈피에 끼운다

 

[作詩메모]
은행잎들이 더디 지워지는 건 우리들의 안부가 잊히거나 무뎌지고 있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낙엽들과 수화를 나누며 들길을 걸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봄이 성큼 몇 무리의 새들과 꽃샘바람을 부려놓고 연둣빛을 충전 중입니다.

곧 꽃멀미가 몰려오겠지요.

생동하는 봄기운으로 어려움은 잘 풀어내고 희망을 풀무질하며 가슴 그득 행복의 꽃을 피우십시오.

 

▼ 골프타임즈 가는 

골프타임즈 모바일 사이트,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52회] 층을 허물며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52회] 층을 허물며

층을 허물며창녕 박물관에서 보았던가야 소녀 송현이그 금동 귀걸이에서 번지던샛노란 현기증은행나무 화석을 보듯 요동치던 가슴길을 걷다가 가을을 펼쳐 읽으면낙엽은 건반 되어봄물 밀어

m.thegol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