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동지
언어의 조각사
2021. 3. 30. 16:40
동지 / 김영미
12월이 죽었다
한 줌 햇살도 허락되지 않던 음지
눈뜨면 생생하게 되살아
알 수 없는 소멸의 빛이 못질하는
야광의 날들
틈새로 새어들던 물세례와
물소리 걸러낸 어둠 속에서
투명한 음표들이 비상의 깃 편다
꿈을 꾼다는 건
증명할 수 없이 깊숙이 뻗은
뿌리의 알리바이를 헛짚는 일
햇빛이 콩나물과 눈 맞춤 않고 즉사한 12월,
밤이 낮보다 긴 날의 눈 내린 거리는
봄을 예열 중이다
너와의 어둠이 길게 드리운 날
한마디 위로 대신 봄 햇살 그득 담아
서럽도록 시원한 물 한 바가지
콩나물에 쏟아붓는다
어둠 속에선 음표들이 발돋움하며
숨 고르는 중
2020.12.21
동짓 날
동짓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