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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출산 / 김대호

언어의 조각사 2020. 6. 2. 10:30

 



배꼽 주위가 붉게 물들었다

사과의 출산일이 가까워졌다

새콤달콤한 양수가 터지면 사과는 황홀한 입맛을 출산한다

새가 만삭의 사과를 쪼는 것은 사과의 입덧을 가져가는 일

새콤달콤 생명을 잉태한 계절에 찬바람이 분다

찬바람은 또한 나무에서 떨어지는 붉은 생명을 받아내는 산파인 셈

사과밭에 머물던 땀과 피로가 찬바람에 휘발했다

이제 남은 것은

아기의 붉은 울음소리뿐


- 김대호, 시 '사과의 출산'


모든 결과물 속에는 땀과 피로가 있습니다.
새콤달콤한 시절에 불던 찬바람도 있습니다.
그래도 인내하고 견딘 열매들.
우리의 일상에도 참고 기다린 보람이 많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