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땡볕아래서

언어의 조각사 2017. 6. 13. 09:14

땡볕아래서

                                          김영미



오뉴월 햇볕을 퍼 나르던 보리내음

논바닥에 쏟아진

별무리 쪼개던 개구리 소리

그 늙은 서정의 비문을 숨긴 풀섶에는

붉은 가슴 주체 못한 산딸기가

태양을 울컥 쏟아내고 있다

내리쏘던 땡볕 호미질 하며

한낮에도 일손 놓지 않던 엄마가  

칭얼대는 조막손에 건네주던 그 딸기다

땀방울 송송한 그을린 얼굴이

분칠한 옥이엄마 빨간 입술보다

아름답다는 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엄마 가슴에서 쏟아지던 바람이

왜 이리도 간절해지는 걸까

산딸기가 정오의 햇살을 쪼아댄다

땡볕을 부수는 붉은 가슴이

그늘로 숨어들던 발길을 붙잡는다

태양이 뭉클,

손바닥으로 쏟아진다


2017.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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