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나무의 문장
언어의 조각사
2015. 3. 19. 10:09
나무의 문장
김영미
봄물에 휘는 나무를 본다
꽃망울 핥던 바람으로
글자들이 물렁해지고 있다
꽃의 종착역이 낙화였다면
꽃잎의 유배지는 열매에 이르는 길일까
꽃잎이 열매에게
열매가 나무로 이어지는 지문을 읽는다
나무가 나무에게 가는 길이 깊어지고
겨울에 묶였던 단서들이
탈고 못한 문장처럼 버석거리는
겨울의 끝자락
그 긴 기다림의 모퉁이에서
해빙의 시간을 견디고 있을
나무의 빈 칸에 봄을 적는다.
15.02.07
정거장'마주침'원고용
광주문학.18호 착각의시학.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