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죄가 되지 않을 이름으로

언어의 조각사 2015. 2. 6. 14:47

죄가 되지 않을 이름으로

                                    김영미


눈꽃 가득한 산야는 비밀의 늪이다

익명의 너울 쓰고

문득 연애하고 싶어지는


이름이 불러지기 전부터 존재했을

낯선 정사를 그려보는 한낮

세상 멍울 같던 이름표 떼니

족쇄 풀린 듯 홀가분하다

참 발칙한 여유다


내안 불꽃이 *니트로셀룰로오스 같은 사랑에 닿는다  


눈과 태양의 낮은 경계 사이로

두려움보다 앞서가는

저기, 저 설렘을 어찌하누


태양을 짊어진 나무의 힘줄이 눈부시다

마른 침 삼키는 금단의 시간 너머

펄펄 끓는 만삭의 그리움

산야는 온통 열애중이다

 

2015.02.04

*니트로셀룰로오스(nitrocellulose): 면화약으로 불린다.


사진제공:최재언

모던포엠18.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