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꽃무릇

언어의 조각사 2015. 1. 28. 10:53

꽃무릇

                                       김영미

 

 

맞잡을 수 없는 그대 향한 불꽃이다

 

내 안에 저장된 그리움 넘칠 때면

염불 소리 다진 뜰에 편지를 쓴다

일 년에 한 번쯤 하늘 한 귀 잘라서

못 다한 고백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묵언 수행으로 가슴에 묻은 사랑

그리움도 죄라,

누르고 눌러도 용수철 튀듯

내 안의 그댈 소문내고 싶어서다

 

잊은 줄 알았는데 불뚝 떠올라

가슴에 불을 질러 꽃이 된 그대여

내 맘도 꽃이다

온통 불꽃이다

 

2015.01.27 

 

*꽃무릇-젊은 스님의 못 다한 사랑의 넋, 꽃말은 슬픈 추억.

 

시작 메모:

고창 ‘꽃무릇 축제’소식을 전하시며 고창문협 회장님께서 꽃무릇에 관한 시 한편을 보내달라고 하셨다.

나는 꽃무릇의 꽃말을 알아내고는 문득 아버지가 생각났다.

아버지는 내 존재의 마중물이다.

겨울에 태어나 혹독한 인생의 겨울을 가족을 위해 강건하게 살다 가신 아버지,

해독할 수 없는 부호들을 꽃 속에 감춘 꽃무릇처럼 재가 되지 못한 그리움은 당신을 향합니다.

 

 

 

사진:고영학

광주문학.18  고창,꽃무릇축제.1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