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조각사 2014. 12. 12. 10:43

운주사 와불

 

                                           민병도

 

 

       사람들이 왜 자꾸만 거리에서 드러눕는지

       천년의 파업 앞에 공손히 무릎 꿇는,

       운주사 와불 앞에서 고개 잠시 끄덕이네

 

       아무 말 하지 않고 드러눕는다는 것이

       그저 누운 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힘인지 왜 여태 몰랐을까

 

       고작 순한 소리 앞에 큰 귀를 활짝 열어

       진실로 큰 물음은 대답이 없는 거라며

       정 소리 뒤따라가며 돌꽃이나 피울 그 뿐

 

       비 오면 비에 젖어 하나도 젖지 않고

       바람에 살을 흩는 침묵에도 고개 숙이네

       세상을 등지고 누운, 눈물겨운 저 능청

 

 

       ==시조집 『칼의 노래』(2014. 10. 목언예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