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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발의 반란
언어의 조각사
2013. 8. 20. 17:42
세발의 반란
心田 김영미
치열한 생존의 몸부림에
몇 톨의 바다를 위로처럼 뿌려준다
단두댄 줄 모르고 빨판을 밀착시키던
난도당한 촉수마다 흡착된 비명이 꿈틀댄다
세상 저쪽에서
커다란 욕망을 실으려했던
세발로 걸어온 길들은
저토록 뻘 속에서 제 운명을 내 놓는가
낙지를 씻는 일은
바다의 중심을 들여다보는 일
쉽사리 내주지 않던 바다 속 흑심을 짐짓 더듬는 사이
술은 응고된 지 오래
플라스틱접시가 싸늘한 잔 몇 개를 장만하는 저녁,
돌이켜보면 청춘은 늘 갈림길이었지
많은 이들이 더 넓은 바다로 향할 때
몇몇은 진흙 속 진리를 찾으려 했고
난 심해의 사연을 세상 저쪽까지 전하려했다
뻘 속 진리가 흔들릴 때면
마른 가슴에 바다를 불러들이며
염분 섞인 바람에 밋밋한 사연을 실어 보낸다
세상 어딘가 에선
날선 내 언어가
스스로의 단두대가 될지도 모를 일,
심혼의 빨판을
플라스틱 같은 세상에 밀착시켜본다
낙지를 씻는 일은
세발로 걸어온 청춘의 위로며
뒷길에 쌓아둔 흑심을 헹궈
심혼의 바다로 되돌려 보내는 일이다
201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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