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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방의 항언

언어의 조각사 2012. 5. 17. 17:34

씨방의 항언

                                    心田 김영미

 

바람 켜는 꽃잎의 춤사위가 위태롭다 

꽃진 자리마다 
푸른 증언들이 햇살을 퉁기며

우주의 묵계를 읽고 있는데

꽃잎을 실종시킨 내 문장들은

폐경 증후군에 시달린다

꽃들이 쓰다 남긴 페이지마다

견고한 씨알의 가계를 잇던

중량 초과한 우울증이

이승의 견적서를 엿보고 있다

소문 밖으로 밀려난

꽃결의 아찔한 유혹도

퇴색의 길에 묻히고

노을이 하루해를 차압하던 그 자리엔

조사 잃은 문장 하나

하늘끝에 매달려 탈고중이다

 


12.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