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샤먼의 노래

언어의 조각사 2011. 11. 29. 17:57

 

 

샤먼의 노래

                                   김영미

   

그 날의 바람은 방부제였다

가슴에 걸어 둔 그림처럼

고뇌하던 대한민국은

아직도 분해되지 못한 채

내 안에서 장기투숙 중

  

누리는 조물주의 캔버스

그것을 훔쳐 혼 불을 켜는 나는

이브의 피를 받은 샤먼이다

고뇌하던 그 나라가

자꾸 자꾸 보이는,

 

햇살 품은 봉화산에 새긴

마음 하나 훔친다

갈볕에 영근 그리움 툭,

떨어지고

목울대를 잠근 바람 세상을 흔든다

 

한 존재가 떠난다는 건 공존성의 상전벽해  

이천구년 오월 이십삼일

무정란 품은 희망이 부서지던

그날

그 바람은 방부제였다.

 

11.11.29

 

 

노무현재단.

꽃, 비틀거리는 날이면